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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회고, 부제 '취업 대실패쇼, 그러나'

2022년에 대한 회고를 적는다. 2022년이 2개월 지난 2월 22일에 적어본다. 그냥 뭔가 2가 많은게 재밌어서.

개인적인 이야기라, 평소 경어로 쓰던 포스트들과는 다르게 그냥 평어로 적어볼까 한다. 사실 개발 블로그에 별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지만, 조금 하소연이 하고 싶기도 하고… 지금의 기억이 나중에 ‘그랬었지’란 한 때의 씁쓰름했던 청승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적어두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취업을 위한 블로그이기도 하고, 2022년 취업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적게 될 것 같다. 뭐 대단한 청사진을 가지고 적는 글도 아니고 하니, 두서 없이 글을 적어 나갈 것 같다.



1. 실패…라기보단 잘 안됐지 뭐야

나름대로 성실히 살았다. 그래도 2022년은 많이 성실히 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바랐던 취업엔 실패했다.

사실 나는 중고 신입으로 취업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소위 SI라 말하는 개발 업종에 종사하고 있고, 만족스럽지 않다. 일정이 중요시 되는 개발… 아니 근무 환경. 코드 리뷰나 서로의 정보공유 없이 주어진 업무를 해결하며 일정을 맞춰 나가기 위한 근무 환경 속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짠 코드가 잘 된 건가?‘하는 수 많은 걱정과 고민은 짧은 시간 속에 산더미처럼 쌓인 과업들에 의해 묻어져갔다. 각자의 업무가 바쁜 환경에서 현재 나의 실력에 대한 피드백을 요구하는 것은 바쁜 팀원들의 시간을 뺏는 시간이 될 뿐이었기 때문이다. 투입된 프로젝트는 유래없이 무너져가며, 숱한 야근과 주말근무에 몸까지 지쳐갔다. 배우는 것이라도 있으면 그렇게까지 지치진 않았을텐데, 지친 마음이 몸을 더 지치게했다. 그래도 큰 회사의 계열사니까 괜찮은 면이 있겠지 했던 희망은 온데간데 없고 지친 자신만 남아있었다.

그런 나를 위해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한가지였다.

엑소더스!!!

지옥 같았던 상반기 프로젝트 중에는 심야, 심지어는 새벽에 이루어진 퇴근에도 무언가 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조금이라도 코드를 짜보며 공부하기, 자바스크립트, CS 관련 책보기, 기타 등등등

그렇게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되어 조금씩 지난 번과는 달랐던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은 실패에 가까운 결과였지만.

그래서, 아무튼 잘 안된 것들

이 캡쳐만 보면 아직도 눈물이 나… 따흑🥲😩😫😭😭😭😭

이 캡쳐만 보면 아직도 눈물이 나… 따흑🥲😩😫😭😭😭😭

카카오 블라인드 공채 최종면접에서 최종 탈락했다. 탈락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면접에 한해서만 생각해본다면 개발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답변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나는 개발을 좋아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겠지. 밤 늦게, 혹은 새벽에 하루 일정이 끝났더라도 뭔가를 하나 더 보려고 했던 노력은 개발 자체에 대한 욕심과 즐거움이 아니었으면 못했을 것이다. 내가 가진 면접에 관한 안 좋은 버릇 중 하나는 면접관을 설득하기 위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거나 그러한 정제된 사례를 먼저 떠올려 대답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가장 공적인 자리 중 하나이기에, 나 스스로가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조금은 감정적인 진솔한 답변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으로 오셀로 로직을 코드로 짤 때,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만들어볼까하며 오셀로 게임을 만들었던 일, 자연어 분석을 구현하면서 이게 될까 싶었지만 어떻게든 문서를 찾아가며 구현하며 나 스스로도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던, 대단하지 않지만 개인적이고 솔직한 경험과 느낌을 전달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튼 면접에서 그 질문 뒤로 자신감이 떨어져 스스로도 이해못할 이야기를 해나가며, 면접을 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질문에 되는대로 답을 하는 최악의 면접을 하고 말았다. ‘나, 바보같이 질문에 맞지 않는 이야기만 하고 있네’라고 느끼면서 면접 중에도 자신감이 점점 떨어져 제대로 된 답을 하지못한 석연찮음만 쌓아 가며 면접을 마치고 말았다. 그리고 결과는 아니나 다를까…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카카오 코테나 봐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다가 어쩌다보니 1차 코테, 2차 코테를 통과하고 기술면접까지 통과하면서 ‘이거 혹시…?‘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아주 크게. 그런데 그렇게 기대감이 커져버리니 마지막 실망감도 어쩔 수 없이 컸다.


카카오 말고도 몇 기업들의 전형들도 진행했었다. 모두 훌륭한 기업들이었고 감사하게도 몇 과정들이 나에게 허락되었지만, 각 전형에서 부족한 부분들이 많아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부족한 부분들을 깨달았던 것이 큰 자양분이 되었다. 카카오는 내가 지원했던 모든 기업 전형 중 가장 마지막에 일정이 진행됐던 기업이었다. 때문에 가장 경험치가 쌓인 상태에서 전형을 진행한 기업이었고, 잘 안되긴 했지만 최종 면접까지 갔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 아쉬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면접이 끝날 때마다 느끼듯, 그 과정에서 준비한 것들은 어디 가지 않는다.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남겨두고 부족했던 부분들을 모아 더 갈고 닦아 앞으로 나아가자.



2. 하지만, 이뤄낸 소중한 것들

2022년에 이뤄낸 것들 중 보람찬 것들이 있다. 특히, 여기서 자랑하고 싶은 이유는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이루어낸 것들이기 때문이다.

1. 10개월간의 (준)1일 1커밋

작년 5월부터 계속되는 끔찍한 야근과 주말출근에 이렇게는 안되겠다고 정신차린 후 1일 1커밋을 실천해봤다. 여타 1일 1커밋을 실천하시는 분들이 그렇듯, 이걸로 뭘 어디서 점수를 더 받겠다 이런 건 아니고 매일 공부나 기억해야 할 기록들을 정리하는, 최소한의 동기부여를 위해 실천했다.

실제로도 기록된 커밋들은 알고리즘 문제 풀이, 자바스크립트로 SPA로 구현하기 같은 정말 자잘한 프로젝트, 차후 생각해볼만한 업무에 대한 기록 등 다양한 커밋을 진행했다. CS 공부 내용은 공통적이고 간단한 내용이 많은데, 블로그 글로 쓰기에는 이미 다른 블로그에 너무 많이 다루어져서 ‘나까지 블로그에 올리면 인터넷 공해 수준이 아닐까?’ 싶어 너무 간단한 CS 공부 내용 등은 그냥 내용만 정리해놓았다. 아무튼 나만의 공부 연습장을 만든 느낌이라 보람있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왜 (준準)이냐면… 8월 중에는 이틀정도 이빨이 빠져있는데 리액트로 토이 프로젝트를 만드려다가 너무 복잡하게 꼬여서 만들어 놓은 레퍼지토리를 없애고 새로 만든다는게 그만… 😂 채우려면 채울 수 있겠지만 그냥 그렇게 두었다. 잔디가 너무 오밀조밀하는 것도 인간미 없어. 떼잉.


2. 듀오링고 350일+ 연속 학습

개발얘기는 아니고 다른 공부 이야기. 1일 1커밋을 시작한 것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듀오링고 학습을 시작했다. 스샷에는 일본어로 되어있지만 영어로 시작해 지금은 거의 일본어를 학습하고 있다. 영어 학습팩을 다 해버려서… 한국어-일본어 학습이 지원되지 않아 영어-일본어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영어 학습이라고 봐도 되려나.

사실 연속으로 며칠하자! 하는 그런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근데 듀오링고 자체에서 그날 학습을 하나 완료하면 연속 학습 일수를 온갖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보여주며 학습을 독려하는데, 이걸 어떻게 참아. 그렇게 하루하루 하다보니 어느덧 350일이 되었다. 사실 오늘 351일을 채웠는데 350을 맞춘 게 예쁘니까 오늘자 학습을 하기 전에 찍었다.

듀오링고 앱의 학습 플랜 자체는 그렇게 큰 학습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아무리 어려운 코스도 기초 단계 정도이기도 하고. 그래도 언어라는 것이 매일 접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어 하루 루틴으로 꾸준이 지속해왔다. 좋아하는 가사 문구가 하나있다. a giant step each. Spritualized의 곡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에 나오는 문구다. 그처럼 무언가가 될, 조그마한 작은 발걸음이 되지 않았을까.


3. 10개월 연속 러닝

러닝을 10개월 연속으로 진행 중이다. 원래는 ‘XX주 연속 달리기!‘를 달성하고 싶었지만 12월 1일, 영하 5도 날씨에서 달리기를 했는데 영하 날씨에서의 첫 달리기여서 그런가 발목을 그만 우지끈 해버렸다. 추운 날씨 + 페이스 욕심 + 장거리 달리기라는 세 요소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악재였다. 병원에서 괜찮다고 할 때까지 휴식 후, 1월부터 다시 천천히 달려보고 있다.

아무튼 역시 5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해서 10개월 동안 유지 중인 루틴 중 하나다. ‘개발자로서 성장하기’라는 긴 여정을 위해서는 멘탈을 뒷받침할 체력이 필요하다… 같은 거창한 이유로 시작한 것은 아니고, 그냥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려보고 싶었다. 모 커뮤니티에서의 글을 하나 봤다. 글쓴이 본인이 40대의 나이로 접어들었는데 마땅한 운동을 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러닝을 해보자 했고, 한 러닝 앱의 8주 30분 달리기 프로그램이 유명하다길래 그대로 따라해봤다, 그랬더니 진짜 돼더라라는 글이었다.

글을 보고나니 나도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기를 해보고 싶더라. 살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달려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따금씩, 그냥 생각없이 달려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궁금했다. ‘내가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을까?’. 그래서 해봤다.

처음엔 10분, 15분 동안 달리기도 힘들었던게, 신기하게도 20분, 25분 달리기가 되더라. 그리고 어느덧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기를 성공했다. 뭔가 생각보다 엄청난 성취감은 없었는데, 그래도 해냈다는 기쁜 마음은 확실히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목표했던 30분 달리기를 완주하고 더 나아가 달려보자 해서 지금은 50분 달리기 플랜도 완료했다. 그 직후에 욕심이 나서 좀 더 빠르게 50분을 달려보려고 무리한 게 실수였지만.

사람이란 게 참 신기하다. 뭔가 꾸준히 조금씩 하다보면 어느순간 그것을 넘어선 어떠한 지경에 다다른다. 그 사실을 또 다시 확인하게 한 경험이었다.


꾸준히 러닝을 하다보니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 천천히 달리면 평소보다 더 먼 곳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체력이어도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다보면, 이윽고 같은 체력으로도 뛰지 못했던 거리보다 더 먼 곳을 갈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도 그렇겠지, 아무리 천천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어느덧 이루고자 목표에 다다를 것이다… 같은 뻔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 건 아니고. 뻔한 소리 할 거면 애초에 글 적지도 않았어.

빨리 달리기는 힘들다. 근데, 또 러닝을 하다보니 알게 된 게 있는데 빨리 달리면 힘들어도 그냥 어느순간 달려진다. 익숙해진다. 게다가 빨리 달리면, 뭐 빨리 도착하겠지. 그냥 힘들 뿐이더라. 그 힘든 것만 참으면 된다. 그래 솔직히 다칠 수도 있어. 나도 불과 두 달 전에 그랬고. 다치면 쉬면 된다. 그리고 또 일어나 달리면 된다. 그러고 나니 생각이 들었다. 그래, 계속 빨리 뛰어보자.

천천히 꾸준히가 나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나도 그렇고. 다만 누군가는 빨리 달릴 때의 그 힘듦을 버틸 수 있고, 그렇게 숨가쁘게 달리는 편이 성미에 맞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성향에 가까운 것 같다. 지금은 빠르게 달려보자.

작년은 그렇게 원하던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의 전직에 실패했다. 취업은 작년의 내가 가장 많이 신경썼던 부분이고, 그래서 그런가 솔직히 많이 다쳤다. 일어날 수가 없을 것 같이 힘들게 다쳤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달려서 그랬을까. 하지만 다시 달려보려고 한다. 실패…일까? 아무튼 잘 되지 않았던 2022년과는 다른 2023년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 다시 일어나 빠르게 달리고 싶다. 가보자고🏃‍♂️



3. 2022년, 끝

뭔가 전형에 끝에서 ‘거의 다왔나?’ 싶은 곳에서 떨어져서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그냥 아쉬움으로만 기록될 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최종까지 간 전형이 있으니까, 그만큼은 성장하고 인정받은 것이 아닐까? 지나간 것은 나에게 남은 하나의 의미로 두자. 엘사도 얼음성 만들면서 말하잖아, The past in the past.

그냥 아쉬워만 하기에는 나름대로 스스로 어깨를 두들겨 주고 싶은 기특한 일들도 많이 했다. 여기에 적힌 성실하게 며칠을 이어나간 일들도 그렇고, 기록하지 않은 몇가지 일들도 그렇고. 아무튼 2022년에 했던 노력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딘가, 더 나은 내가 될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까 2023년도 다시 열심히 달려보자. 남아 있는 힘이 된다면, 되도록 빨리 달려보고 싶다. 가보자고 2023 씽씽씽.